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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 ‘아트경영 전도사’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기계에 관심 많던 물리학도···국악·조각·판소리·시 등 문화예술 지원
‘창신제’·‘영재한음회’ 등 남다른 국악사랑···‘아트밸리’ 통해 재능있는 예술인 지원

[FETV=박지수 기자] “고객이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예술입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은 ‘아트경영 전도사’로 통한다. 지난달 메세나협회 12대 회장에 오른 윤 회장은 국악은 물론 판소리, 조각, 시 등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평소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에게도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윤 회장의 예술사랑은 유명하다. 윤 회장은 제 12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메세나)하는 단체다. 

 

1945년생인 윤 회장은 고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장남이다. 윤 회장은 서울고를 졸업한 뒤 연세대 물리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물리학도였던 윤 회장은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청년시절 윤 회장의 꿈은 자전거포 주인이었을 정도다.

 

언틋보면 물리학과 예술은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윤 회장의 예술사랑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윤 회장은 대학 시절 문학에 빠져 월간지 ‘문학’을 창간했다. 미국 유학 중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1969년 크라운제과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윤 회장의 아트경영이 주목을 받은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부터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 당시 크라운베이커리는 매출만 약 1000억원, 가맹점 수 800개에 달하는 제과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잘 나가는 식품회사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으며 ‘법정화의’까지 했고 부도 아픔을 달래기 위해 북한산에 올랐다가 대급소리에 반해 경영에 예술을 접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협력업체와 채권단 도움으로 크라운제과는 화의에 들어갔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03년 중국 업체인 왕왕에서 수입한 쌀과자가 인기를 끌며 흑자기업으로 거듭났다. 당시 5년째 화의상태였던 크라운제과가 몸집이 두배가량 큰 해태제과 인수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곳은 거의 없었다. 2005년 1월 제과업계 4위였던 크라운제과는 마침내 업계 2위인 해태제과를 인수에 성공했고 단숨에 업계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윤 회장은 특히 국악, 조각, 시 분야에 중점적으로 아트경영을 펼치고 있다. 윤 회장은 국내 민간기업 국악 공연중 최대규모인 ‘창신제’를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창신제는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주제로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대형 공연이다. 윤 회장의 국악 사랑은 창신제뿐만이 아니다. 민간기업 최초로 국악단을 창단하기도 했으며 국악 영재를 발굴·지원하는 ‘영재한음회’, 국악 명인들을 위한 ‘양주풍류악회’ 등을 비롯해 크라운해태 직원들에게는 국악기와 판소리를 배우는 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권장해왔다.

 

윤 회장은 평소 ‘과자도 조각’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각분야에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2009년 경기 양주시 장흥에 종합예술문화 공간 ‘아트밸리’를 지어 일반인 누구나 찾아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윤 회장은 아트밸리를 통해 전문 조각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원들이 직접 창작한 제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아트밸리는 국악인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 및 조각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도 쓰인다. 2021년부터는 세계최대 야외 조각전시회 ‘한강 조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윤 회장의 예술 사랑은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7년 해태제과는 대표 제품인 오예스 포장상자에 장미꽃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심명보 작가 작품을 그려 넣었다. 해태제과는 오예스 포장 상자에 작품을 활용하기 위해 원본을 5억원에 구입, 판권 등 모든 권리를 양도받았다. 실제 작품은 서울 남영동 본사 로비에 전시해 두기도 했다. 당시 장미그림 인쇄를 전후해 오예스 매출이 30%가량 늘어날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쿠크다스 물결문양 역시 과자에 예술을 입힌 대표적 제품으로 꼽힌다.

 

윤 회장은 식품기업의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다운 남다른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을 융성해야 고객들에게 더욱 행복을 줄 수 있다게 50년 넘도록 변치 않는 윤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윤 회장은 이같은 경영철학에 따라 고객과 직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지원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윤 회장의 아트경영이 2024년 크라운해태 안팎에 어떤 음색으로 을려 퍼질지 눈 여겨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