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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18년만에 회장 승진한 신세계 정용진의 승부수?

지난해 정용진 회장 직속 경영전략실 재편···고강도 혁신 주문
작년 이마트 사상 첫 연간적자·쿠팡 등 이커머스 공세속 위기의식↑
올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 전략으로 승부수

[FETV=박지수 기자] “조직·시스템·업무방식 다 바꿔라”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밑그림 작업’에 한창이다. 그간 정 회장은 이른바 ‘마이너스 손’이라는 오명이 꼬리처럼 붙어 다녔다. ‘제주소주’, ‘삐에로쑈핑’, ‘부츠’ 등 잇단 사업 철수는 물론 지난해 이마트가 사상 첫 연간 적자를 내는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작년 신세계그룹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공세 속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쿠팡에 내주는 등 수목를 겪었다. 정 회장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올해 정 회장이 위기 상황을 타개할 어떤 묘수를 둘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담은 인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이 됐고 올해 마침내 회장직에 올랐다. 정 회장이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이후 30년 만이자 부회장에 오른뒤 18년 만이다.

 

삼성가(家) 3세인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간이다. 정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 동생으로 40대에 여성 경영자로 나서 현재의 신세계그룹을 키워냈다.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으로서 그룹 총수 역할을 계속 맡는다. 정 회장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신세계백화점 사장 자리를 유지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40%를 물갈이하는 등 큰 폭의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며 ‘정용진의 남자’로 불렸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임기를 2년 넘게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연말에는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바꿨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전략실 산하 지원본부와 재무본부를 각각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했다. 경영전략실장 자리에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사장)를 발탁했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최고경영진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고, 실무 기능은 과감하게 현업으로 이관하면서 그룹 미래 성장을 이끄는 조직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다. 이후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조직·시스템·업무방식까지 다 바꾸라고 변화를 재차 주문했다. 사실상 ‘정용진 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초석다지기였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승진에 대해 “정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단계 도약하려는 신세계그룹에서 정 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회장 승진이 발표된 당일에도 신세계그룹 전 계열사 CEO들과 함께 전략회의를 가졌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됐던 몇몇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멸공’ 등 정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여러차례 도마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쿠팡이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 왕좌자리에 올랐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커머스시장 주도권 댜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작년 창립 30주년을 맞은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 29조4722억원을 냈지만,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계열사 신세계건설 실적 악화 때문이라지만, 이마트 사업부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27.3%(709억원) 줄어든 1880억원을 거둬 체면을 구겼다.

 

반면 같은 기간 쿠팡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사상 첫 영업흑자를 냈다. 연매출은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을 기록했다. 심지어 중국 알리바바그룹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선식품을 판매를 시작하는 등 올해 역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한채양 대표에게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수장을 맡겼다. 사업이 비슷한 ‘3사 통합’ 작업을 통해 매입 협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올해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먼저 주요 상품들을 상시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 또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도 재개한다. 이마트는 올해 최소 5개 이상 신규 점포 출점과 4개 점포 새단장을 목표로 한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승진으로 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6%씩 소유하면서 ‘남매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 각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승계 여부에 따라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