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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내모는 법정 최고금리의 역설

[FETV=임종현 기자]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행동이 나쁜 결과를 불러 올때가 있다. 

 

예컨대 급전이 필요한 친구에게 도움을 주려고 돈을 빌려줬다가 그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거나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가 말다툼으로 번지는 일 등이 그렇다.

 

정부 정책에서도 '선의의 역설'을 찾아볼 수 있다.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정책이 약자를 더 힘들게 하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다.

 

선의의 역설은 최근 '법정 최고금리' 수식어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출 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법정 최고금리는 연 66%였다. 이후 7차례가 인하를 거치면서 현재는 연 20%가 됐다. 

 

제도 도입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취약계층들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20% 초과 금리 대출 이용자 239만명 중 208만명(87%)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행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이자 부담 혜택을 본 사람도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저신용자들이 돈 빌릴 곳이 없어 사채 등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연 30~40%를 내더라도 돈을 빌릴 곳을 찾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대부업체들은 왜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을까. 이들은 조달금리가 너무 올라 대출을 해줘도 오히려 역마진이 난다고 주장한다. 2021년 7월 7일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될 당시 기준금리는 0.5%다. 올해 4월 기준 기준금리(3.5%)와 비교하면 3%포인트(p) 차이 난다. 

 

기준금리가 오른 만큼 조달 금리도 뛰었다. 우수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금리 추이를 보면 2021년 5.8%에서 2023년 7.8%로 올랐다. 돈을 빌리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고정돼 있다 보니 대출을 중단해 버렸다.

 

금리 인상기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대안으로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 도입이 거론된다.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도 유연하게 오르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가 금리 변동에 따른 손해액보다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 소비자 후생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 같은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작년 2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던 법정최고금리 조정 작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잠정 중단됐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유럽 속담이 있다.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 실상 아주 나쁜 결과를낳는 경우를 빗댄 말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