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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운영태도' 어디까지 왔을까

[FETV=최명진 기자] 잠깐 과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약 4년 전 게임업계는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한 유튜버의 “세상 어떤 업계에서 소비자를 이렇게 대하는가?”라는 멘트 하나가 게이머들이 목소리를 높인 도화선이 됐다. 

 

결국 트럭 시위는 점점 게임업계 전체로 퍼져나갔고, 한국 게임업계의 비판의 중심이었던 확률형 아이템까지 다다르게 된다. 당시 게임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양보 없는 기싸움에 자충수를 둔 것은 바로 한국 게임업계의 대변자라고 볼 수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였다. 당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확률은 영업 비밀이다. 확률은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변동하기에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의 발표에 분노하던 게이머들은 한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에 의해 폭발하고 만다. "고객들의 월정액, 부분 유료화 ‘결제 태도’가 좋지 않다. 공짜로 게임하려는 고객이 많아서 확률형 아이템을 파는 거다. 게임사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관계자의 인터뷰 덕에 ‘결제 태도’라는 단어는 지금까지도 입방아에 오르 내리는 대표적인 망언으로 꼽히고 있다. 게이머들은 ‘결제 태도 운운하기 전에 운영이나 똑바로 하라“며 분노한 바 있다.

 

당시 기자도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분노하며 기자수첩을 작성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의 게임 업계는 영업비밀이라는 명분아래 '결제 태도'가 좋지 않은 게이머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도적떼나 다를 바 없다”는 문단은 지금 보면 ‘이 단어가 어떻게 데스킹을 통과했을까?’ 의아할 정도다. 그 기자수첩은 “고객들의 '결제 태도'를 꼬집기 전에 자신들의 '운영 태도'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는 문장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3년가량이 흐른 지금 게임업계의 ‘운영 태도’는 얼마나 변했을까?

 

과거 게임 운영은 대부분 ‘일방적인 통보’가 주를 이뤘다. 게임의 사건, 사고나 업데이트 등 모든 소식은 공지 사항으로 이용자에게 알리기만 할 뿐이었다. 게임의 오류나 버그 제보, 제안 등도 실시간이 아닌 게시판을 통해 이뤄졌고 운영자는 매크로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트럭 시위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게임업계는 소통을 전제로 한 실시간 방송 체계를 갖추고 건의 게시판이나 개발자 노트 등으로 이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특히 트럭 시위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넥슨의 경우 이용자의 질문이나 문제점을 모두 목록화한 뒤, 개선 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을 마련했다. 

 

최근 신작 게임의 발표회에서도 이의 운영에 관한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게임사 답변을 종합하면 ‘이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하고 개발자 노트나 공식방송 등 소통창구를 만들어 발빠르고 고객 눈높이에 맞춘 운영을 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부 개발자의 경우 모든 질문의 답변에서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게임업계의 운영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게임사를 비판하기보다는 선순환적 변화를 호소하는 게이머의 애정어린 목소리, 이에 소통과 교류로 화답한 게임업계가 맞물리면서 긍정적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다만 일부는 시간이 흐를 수록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게임업계는 한번 더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용자들의 칭찬 속에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당시 이용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또 고객에게 있어 게임사는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인지 아니면 ‘서로 피해야 할 도적 떼’인지 말이다.